믹스매치의 교과서, 페기 굴드(Peggy-Gould) 패션위크 리얼웨이룩

기사입력 2015-10-20 12:31:39
                   

 

 

[임영진 기자] 입생로랑에 스트리트 브랜드를 더하는 과감한 믹스매치, ‘페기굴드 스타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텔레비전에 얼굴 한 번 비친 적 없지만, 온라인 상에서 페기 굴드라는 이름은 브랜드와 같다. 그의 SNS를 팔로우하는 사람이 무려 3만 명. 여기에 올리는 사진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빠르게 ‘좋아요’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페기굴드(Peggy Gould)는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인기 DJ이자 리얼웨이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다.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사람이기도 한데, 그 페기 굴드가 2016 S/S 헤라 서울 패션위크 슈퍼콤마비 행사장에 참석했다. 그.래.서! 이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검은색 SUV 차량 한 대가 DDP 주차장에 빠르게 들어섰다. 페기 굴드의 차량이다. 들었던 대로 시원시원한 성격. 급하게 차 문을 열더니 큰 소리로 인사부터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 괜찮아요? 급하게 나오느라고 거울도 못 보고 나왔어요.”

 

 

“‘쎄게’ 입었다”더니, 정말이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이날 페기 굴드가 선택한 컬러는 ‘블랙’.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두 블랙이다. 고급스러운 스트리트룩의 교과서가 있다면, 지금 페기 굴드의 모습이어야만 할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보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체감 속도로 치면 허경영의 축지법보다 빨랐다. 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중. 이 때, 페기 굴드의 일행 한 명이 페기 굴드의 모자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뭐야, 챙이 앞 뒤로 있네?”

“어! 그러네!”

 

이번엔 시선이 모자에 꽂혔다. 앞뒤로 있다. 앞에서 봐도 모자, 뒤에서 봐도 모자다. 스냅백 두 개를 겹쳐 쓴듯 한 디자인으로, 유니크한 스타일이 '페기 굴드'스러웠다.

 

 

‘패션의 완성은 ㅇㅇ다!’ 얼굴이라고 하면 유행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패션의 완성은 뒤태다. ‘뒤.태’. 축지법을 쓰듯 빠르게 앞서 걷는 페기 굴드의 뒷모습을 담아봤다. 싸이부츠, 쇼츠, 점퍼가 페미닌 하면서도 캐주얼하게 조화를 이뤘다.

 

 

패션쇼 장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페기 굴드가 저만큼 앞서 나갔다.

 

“페기!”

 

야심차게 외쳤지만, 가볍게 묻혔다. 부끄러워서 카메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거리를 좁혔다. 뒤태 사진이 만들어진 비하인드를 털어놓자면 이렇다.

 

페기 굴드의 인스타그램을 즐겨찾는 팔로워라면 봤을 점퍼다. 꽤 여러 번 일상룩으로 올린 사진에 이 점퍼가 있었다. 그 점퍼를 여기에서 볼 줄이야!

 

“아, 이거요. 제 인스타에 많이 올라와 있죠? 하하. 매일 입고 다녀서 좀 닳았어요. 제 이름이 있어서 좋기도 하고, 그냥 제가 하나 더 사 입으려고요.”

 

 

다행히 쇼가 시작되기 전 자리에 앉았다.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런웨이를 즐길 준비를 마친 페기 굴드에게 다가갔다. 조금 전에 축지법으로 걷느라 깜빡 하고 묻지 못했던 ‘오늘의 패션 포인트’에 대해 한 마디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안에 화려한 프린트가 있는 셔츠를 입으려고 했는데 그건 ‘투머치(too much)’ 인 것 같아서 이 정도로 입어 봤고요. 오늘 패션의 포인트요? 음, 어려운데....아마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하하.”

 

유쾌한 농담을 남기고 막이 올랐다. 엑소, 엄정화, 이혜영, 박한별, 채정안, 원더걸스, 자이언티, 양동근, 유이, 손호준, 김유정까지, 내로라 하는 스타들 옆에 페기 굴드가 자리했다. 패션계에서 그의 입지가 이 정도였다.

 

 

화려한 음악과 함께 모델들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모델들의 속도에 맞춰 페기 굴드의 시선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본 중 가장 진지한 얼굴이었다. 30여 분이 흐르고 다시 환하게 조명이 밝았다.

 

 

 

 

퇴장하는 페기 굴드에게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쇄도했다. 패션피플들이니 페기 굴드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몇 시간 전 취재진에게 보냈던 것처럼, 특유의 쿨한 미소로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도 정말 즐거웠어요!”

 

사진 = 최지연 기자

  



임영진기자 plokm02@news-ade.com